2011.10.24 15:51
'현대음악'은 음악의 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음악을 다른 장르의 음악처럼 즐기지 않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중들이 현대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개 이러한 경우는 해당 분야에 예술에 종사하는 아티스트의 수가 많지 않거나, 아티스트 들이 대중들과 접점을 늘리는 것을 원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 현대음악 분야에서 활발하게 창작과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존재하며, 이들이 대중들과 더욱 많은 소통을 원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현대음악의 창작이 많은 경우 공공기관의 예술 지원금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창작과 발표회를 한 이후에 해당 곡들의 저작권이 공공기관에 귀속되어 그 곡이 대중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된다는 데에 있다. 현대음악이 대중에게 생소한 장르라는 점, 이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 들이 더욱 많은 대중적인 활동을 원한다는 점, 그리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대음악이 현실적으로 놓여있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 기획은 시작되었다.
현대음악이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하자는 것.
큰 목표는 정해졌지만,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단계들을 새로이 마련해야 했다. 우선 현대음악과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목표를 설정해야 했고, 현대음악이 사람들을 만나는 가장 종합적인 형태인 음악회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렇다면 음악회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이 고민을 해결하고 저작권 때문에 사용이 제한되었던 그동안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창작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이 작업을 위해 현대음악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 중이면서 이 기획의 취지에 공감하는 여섯 명의 작곡자들이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음악을 창작할 것인가, 그리고 사람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았다. 이 부분은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소셜 펀딩'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음악회 개최를 최종 목표로 일반인들의 후원을 받고, 그 중 선택적으로 일반인들이 제공한 사진을 받아 그 사진으로 부터 얻은 영감을 기초로 총 12곡을 창작하기로 한 것이다.
 
소셜 펀딩 사이트에 프로젝트를 등록하자마자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사진을 제공하는 옵션은 가장 빨리 마감되었다.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 음악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사진을 제공한 이에게는 평생동안 간직할 수 있는 '나만의 OST'이기 때문이다. 성황리에 프로젝트 모금이 마감되었고, 6명의 작곡자들에게 2개씩의 사진이 연결되어 창작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공연 준비가 시작되었다. '아트 해프닝'이라는 전체적인 행사의 취지에 맞게 연주회 역시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 들과의 아이디어 회의를 가졌다. 회의는 "어떤 장소에서 공연하는 것이 좋겠는가?"가 아닌, "어떤 장소에서 공연하는 것이 낯설겠는가?"라는 질문으로 진행되었다. 갤러리, 야외무대 등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유력하게 떠올랐고, 그 중에서 사용이 가능한 현실적인 조건과 음악회에서 가장 중요한 소리를 고려하여 장소가 결정되었다.

'CC 아트해프닝'홈페이지에 공지된 대로, 12개의 사진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사진과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 이야기들이 아티스트 들에게 재해석 되고, 그것이 음악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가 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은 12명의 사진 제공자들과, 6명의 아티스트들 외에도 여러 사람들에게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CC 아트 해프닝
CC 아트 해프닝 by zoinno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그리고 10월 22일(토) 저녁 6시 30분. 진선 북카페 앞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12곡의 현대음악들이 12개의 사진과 함께 선선한 가을밤, 삼청동 일대를 수놓았다. 평소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 뿐이었던 거리에 울려 퍼진 낯선 선율들은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잠시 또는 오랫동안 묶어두었고, 공연장에 자리해 연주회를 즐기는 사람들과 마찬가지의 감동을 전달하였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현대음악 아티스트 들의 바램, 나만의 OST를 전달받은 사람들, 그리고 그것과 관계 없이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현대음악을 의도적으로 또는 우연히 접한 사람들, 하나의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그 안에서 수십 어쩌면 수백 가지의 이야기들이 새롭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연주회 사진 보기]

"현대음악이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하겠다"는 기획의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계속 진행중' 상태로 남을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음악들은 CCL 라이센스를 적용하여 공개될 예정이다. 이 음악들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또 새로운 창작의 재료로써 쓰이게 될 예정이고, 그 흐름들은 아마도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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